2018. 12. 22. 14:40ㆍ솔도사의 생활리뷰/영화와 책
친한 지인이 아쿠아맨을 보고나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DC는 아쿠아맨 전과 아쿠아맨 후로 나뉠 것이다'라며 그동안 서사적이고 CG만 난무하며 지루하던 DC의 역작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지요. 믿을만한 지인이기에 바쁜 시간을 쪼개 CGV 상봉에서 12월 21일 밤 10시 5분 상영하는 아쿠아맨을 보고 왔습니다.
아쿠아맨 공식 포스터. 저 황금 갑옷에서부터 유치함을 느꼈어야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아쿠아맨 후기를 찾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DC 영화는 제임스 완에게 맡겨야 한다는 감독에 대한 극찬에서부터, 뻔한 스토리를 다 만회하는 CG와 액션, 전쟁 씬이라는 이야기까지. 네이버 영화 평점을 기준으로 9점 아래의 평점은 찾아보기도 힘들더군요.
2018년 12월 22일 새벽 1시 기준 네이버 평점. 앞으로 네이버 평점은 믿지 않기로 했다.
영화가 시작되고 워너 브로스 로고가 올라가는데 신선했습니다. 최근 워낙 DC 영화를 보지 못해 낯설었던 데다 아쿠아맨과 어울리게 잘 만들어내었기 때문이죠. 영화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가 거의 없이 급히 찾은 영화관이었기에, 예상치 못했던 니콜 키드먼의 등장도, '칼 드로고' 제이슨 모모아의 포스와 카리스마도 좋았습니다. 시작부터 압도당하는 느낌이었죠. 네, 호평은 여기까지입니다.
아름다움과 포스가 느껴지는 니콜 키드먼과 내게는 영원히 '칼 드로고' 제이슨 모모아
이 영화는 바닷속 세계를 그리고있는 만큼 CG가 난무합니다. 자연스러우면 좋으련만, 영화 초반 거대 해양생물이 등장할 때부터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괜찮습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니까요. 최근에 90년대 애니메이션 '뮬란'도 재밌게 보았던 터라 어색한 CG에 적응할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CG는 도저히 적응이 되질 않았습니다. DC가 돈이 모자랐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 배경부터 심지어는 물 속에서 움직이는 인물들의 움직임까지, 워낙 영화 전체에 많은 CG가 들어가야 했던 탓에, '상대적으로' CG가 덜 들어가는 마블 영화들과 절대비교는 불가능하겠지만, DC는 마블에게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998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뮬란'. 뮬란이 어설퍼도 유치하지는 않다.
CG가 어색하면 스토리라도 솔도사를 압도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이렇게 뻔한 클리셰로 승부를 보다니. 제임스 완 감독의 역작, '쏘우'에서 보여줬던 그 충격적인 반전은 어디로 갔을까요.
제임스 완 감독의 '쏘우'. 아쿠아맨이 반만 따라갔어도.
스토리 흐름은 처음부터 끝까지 '뻔함'으로 승부합니다. DC 영화들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는 매우 단편적이고 단순합니다. 유치한 게임을 보는 듯한 느낌. 왕좌에 오르기 위한 시험과 조금의 반전도 없는 통과, 주조연 선역의 도움과 악역의 몰락. 스토리 전개의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대사 중심의 상황 설명. 심지어 쿠키영상까지도 한 치의 예측을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한치의 오차도 없이 너무 예측 가능했다는 것이 반전이라면 반전.
영화를 반쯤 보고나서부터는 뻔한 스토리 전개와 어설픈 CG가 등장할 때마다 아내님과 눈빛을 마주치며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한숨을 쉬기도 하고. 솔도사 옆자리에서 보던 모르는 남성분은 영화 중간부터 인스타를 하기 시작했고, 솔도사 부부의 앞줄 오른쪽 끝에 앉은 커플도 저희처럼 중간중간 실소를 터뜨렸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시 한 번 영화 평점을 보았습니다. 알바를 풀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나만 당할 수 없다'며 높은 평점을 준다는 영화 '클레멘타인' 같은 건가 싶기도 하고요. '거대한 수족관을 보는 것 같았다'는 평이 있던데. 차라리 돈 좀 더 들여서 코엑스 아쿠아리움을 가세요.
네. 진짜 보고 쓰는 후기입니다. 갈기갈기 찢어버려도 모자란 영화 티켓. U+ 멤버십 혜택으로 무료로 본 영화라 그나마 덜 아까웠습니다. 차라리 '짱구는 못말려 극장판'이나 볼걸.
보지 마세요. 도망치세요. 꼭 보셔야겠거든, 이 후기를 보시고 기대 없이 보시길. 그래야 조금이라도 재밌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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