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1. 15:03ㆍ솔도사의 생활리뷰/영화와 책
2018년까지 꼭 소비해야하는 표가 생겨 급한 일정을 뒤로하고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선택한 영화는 엑소의 디오가 나오는 스윙키즈.
2018년 12월 31일 기준 네이버 영화평점은 9점이 넘기에, 크지는 않아도 작은 기대를 안고 영화에 집중하기 시작했는데요. 관람객들 평에 따르면 영화가 끝날 무렵에는 잔잔한 감동과 훈훈함이 있고, 몸이 들썩일 정도로 함께 춤을 추고 싶어진다고 하더라구요.
133분의 러닝타임은 영화의 클라이막스인 마지막 공연 전후 20여 분을 제외하고는 매우 지루했습니다. 나름대로 소소한 웃음 포인트를 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게 뭐지?'하는 어이없음만 계속되었습니다. 옆에 앉은 50대 아주머니들 한 무리와 '탭댄스가 뭐야?, 뭐라 그랬어?'를 연발하던 어린 아이들은 신나게 웃더라구요. 마지막에는 울기도 하고.
처음 도입부의 다큐식 구성은 웅장함을 주려던 것 같고, 흑인과 한국인, 북한군과 북한의 반동분자, 중국인이 모인 주연 조합이 말도 통하지 않으면서 탭댄스를 추는 모습은 이념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한 것 같은데, 너무 전형접입니다. 전체적인 구성이 영화 <써니>와 비슷해서 되게 써니스럽다 싶었는데, 아니나다를까 영화 감독이 <써니> 감독이더라구요. 큰 인기를 끌었던 써니의 부활을 꿈꿨던 것 같습니다. 마음이야 알겠지만, 10년 가까이 흘렀는데 영화를 풀어내는 감성이 그대로라는 게 문제.
처음에는 그런대로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양판래가 올라와 노래를 부르는 시점부터 팔짱을 꼬게 되었습니다. 너무 전형적이어서. 너무 말도 안돼서. 너무 유치해서. 그리고 이런 식의 억지구성, 유치한 구성은 극의 끝까지 이어집니다. 대부분의 전쟁 시기를 그린 영화들이 그런 것처럼 생존자가 전우들을 그리워하는 모습까지. 어떻게 이렇게 모든 것이 예측대로인지.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예측 가능한' 반전을 제외하고는 너무. 감성코드 개그코드도 굉장히 올드합니다.
아내님께서는 언제나 도경수의 연기력을 높이 샀는데요, 극중 역할 자체가 이념과 춤 사이에서 갈등하는 춤에 미친 사람이어서인지, 얼빠진 모습은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깊이 있는 연기였는지는 조금 의문이 남네요.
마지막 공연 모습은 아주 볼만합니다. '쟉슨'에 비해 다른 연기자들의 탭댄스 실력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래도 눈요기는 됩니다. 흥도 나구요. 하지만 이 마지막 20분의 즐거움으로 133분 전체를 커버하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나머지 113분이 너무 별로거든요. 중간에 아내님과 '나갈까?'하고 세 번쯤 고민했습니다.
저의 이런 평가에도 불구하고, 함께 영화관에 있던 중년의 아주머니들과 아이들은 서두에 언급한 대로 아주 흥미로워하는 것 같았습니다. 마지막엔 쟉슨과 함께 눈물도 흘리시고. 솔도사가 어이없어서 아내님과 눈을 맞추고 한숨을 쉬는 동안 이 분들은 너무 신나하더라구요. 소리를 지르며 재미있어하시던데, 이질적이었습니다. 이 영화를 좋아하던 분들의 공통점은 '중년', 또는 '아이들'이라는 겁니다. 이게 바로 세대차이인가 싶었습니다. 다른 20대 한 명과 영화 얘기를 나누었는데, 스윙키즈를 봤다는 얘기를 하니 애도를 표하더군요.
총평입니다.
시간을 쪼개어 조급해하며 영화를 봤는데. 그렇게 급히 영화관으로 향했던 스스로가 한심했습니다. 12월에 본 두 영화는 모두 대실패네요. (참고. [영화] 방금 보고 쓰는 아쿠아맨 솔직 후기 '비추'. 스포 없음. http://dimtol.tistory.com/21)
본인이 중년감성, 아재감성, 한국영화의 전형적인 유치한 유머코드와 갑작스런 감동 마무리의 전개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수도 있어요. 2-30대인 솔도사의 친구들이 보러 간다면 뜯어 말리겠지만, 어머니아버지께는 추천해드리려 합니다.
별점 2.7 / 5 ... 억지, 유치, 아재, 쌍팔년도 감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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